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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네 똥개한테서 나온 한 치의 응가여
by 응가놈


나이가 많아도 오빠가 아닌 남자 by 응가놈



남자친구는 외국인이라서 나보다 두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빠 소리를 못 듣는다.
한국말로 대화하는 게 아니라서 나이에 따른 호칭이 나올 겨를이 없다.

물론 남자친구도 얼마나 우리나라 여자들이 '오빠'라는 호칭에 특별한 애정을 담아 불러주는지, 또는 악용하는 지, 얼마나 우리나라 남자들이 '오빠'라는 소리를 좋아하는지, 또 얼마나 그 소리에 약한 지에 대해서 잘 알고는 있다.
그래서 가끔 장난삼아 앙탈까탈을 부리며 나에게 오빠라고 하기도 한다.

남자친구를 오빠라고 부르는 대신에 이름을 부르고 특별한 존칭 없이 말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얘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사라진다. 

한국인들의 관계에서, 오빠라고 부르고, 그렇게 불리워지는 사람 사이에 일종의 계층 의식 같은것이 생겨나기 마련인데, 나이를 기준으로 높은 사람 취급을 해주는 호칭으로 계속 부르다 보니 아무리 이 남친새끼가 철부지고 속이 없더래도 나보다 성숙하고 기댈 수 있는 어떤 사람으로 은연중에 생각하게 되거나, 그렇게 행동해 주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역으로 오빠님 역시 여자를 지켜주어야 할 존재 또는 (단순히 나이 이외에도) 나보다 어린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 오빠가' '오빠가 말이야' 하면서 거들먹거릴 자격과 인생 충고를 할 자격을 부여해 주기도 한다.  

물론, 두 개인 사이가 각별해짐에 따라서 서로 의지하고 배려해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이는 오빠라는 호칭이 불러오는 특수한 상황과는 별개로 바람직한 일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다지 각별한 유대가 있지 않은 사이에서마저 '오빠'라는 호칭이 두 개인의 서로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사귈까 말까 하는 사이에서, 혹은 사귄지 얼마 안된 사이에서마저 오빠님들은 특정한 희생과 배려를 장전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느낀다. 똑같이 학생이어도 오빠들은 밥을 사주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나도 누군가를 오빠로 부르는 상황에서 (본래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더 서툴고, 더 약한 모습을 보여야 할것 만 같아서 그리했던 경험들이 있다. 그래야 할것 만 같아서 그리 한다는 것이 좀 웃긴 상황이긴 하지만, 그 오빠동생 놀음이 재미있고 챙김받는 것 역시 재미있기 때문에 그게 웃긴 지도 모르고 있었던 때도 있다.


문제는, 그런 오빠동생 놀음이 서로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시점이 온다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오빠님들도 다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애같이 변한다.  오빠라며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이해심많게 보듬어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초반이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많은 남자들이 나보다 어리게 느껴지는 경험도 아주 많이 하게 된다. 여자는 기대에 못미치고 애처럼 변한 오빠에게 실망실망 대실망을 하고, 남자는 그런 오빠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를 하므로 힘들어진다. 


남친과 오빠놀음을 하지 않으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서로에게 기대와 의무감을 지워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 남자가 나보다 어른스럽게 나를 챙겨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생기지 않으며, 남자친구 역시 '내가 남자니까' 라는식의 의무감은 가지고 있더래도 '내가 오빠니까' 의 의무감은 없어 보인다. 더 자유롭게 어린애가 된달까. 나 역시 가끔 애처럼 변한 남자친구를 보더라도 실망실망 대실망을 하진 않는다. 이런 관계의 핵심은 두 사람이 인간대 인간으로 보다 동등해진다는 점이다. 

서로를 동등한 '인간' 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특별히 희생하고 배려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적어진다. 오빠니까 당연히 내 짜증을 더 받아주고 달래줘야 한다는 의식이 없어서, 그것이 습관처럼 굳어져 남자를 힘들게 하는 일 역시 적어지는 듯 하다. 마찬가지로, 남자친구가 나에게 기대고 징징거릴 때, 그것을 대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보다 관대해질 수 있다. '이런 남자를 어떻게 믿고 지내' 가 아니라, '얘가 오늘 힘들었구나' 로 받아들이는 큰 차이가 있다.

 

가끔 오빠동생 놀이 하던 시절의 애취급 받는 즐거움이 그리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아낌 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은 상호적으로 나눠 가지는 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결국에는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아껴주고 싶어지니까. 

서로의 사회적 지위들, 후천적 아이텐티티들을 모두 지우고 그 사람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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